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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심히 공부하면 교만해져 망하기 쉽단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공부라면 남 주기 위해서 공부하자.”
“돈은 이웃을 섬기기 위해 있는 것이란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잠시 맡긴 것이란 걸 명심하렴.”
“인생의 성패는 내가 어떤 위대한 업적을 이뤘는지에 있지 않아.… 하나님이 우리와 동행해 주셨는가에 달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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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딸의 휴대전화에 아버지의 편지가 도착한다. 1~2주도 아니고 17년간 매일같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지만, 이는 최진석(57) 경남 참사랑연합의원장과 그의 딸 보인(27)씨가 이어온 실제 이야기다. 보인씨는 개인 휴대전화가 생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 17년간 디딤돌대출 거치기간 아빠의 묵상글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중국 푸단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그는 국내서 미디어 콘텐츠 기획 관련 일을 하다 지금은 최 원장의 저서와 유튜브, 블로그 편집을 돕고 있다.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딸에게 스스럼없이 건네는 아버지와 이를 지금껏 간직한 딸은 그 이야기를 책 ‘매일 아침 아빠의 묵상이 배달됩니다’(생명의말 서브프라임영향 씀사)로 묶어냈다. 이 특별하고도 끈끈한 부녀 관계의 비결이 궁금해 만났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이뤄진 만남에는 최 원장의 아내와 둘째 딸도 동석했다.


아빠로서 ‘생기’를 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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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경남 참사랑연합의원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며 미소짓고 있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최 원장은 자신을 ‘33년차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시골교회 장로’라고 소개했다. 조선대 의대 졸업 후 광주기 직장인대출서류 독병원 가정의학과 등에서 근무한 그는 14년 전 경남 하동으로 와 지금의 병원을 세웠다. 최 원장은 “‘의료진을 만나기 어려운 이들의 건강을 맡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시에서 시골로 근무지를 옮겼다”며 “이대로 무명(無名)한 존재로 섬진강가를 산책하다가 주님 부르시면 가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현재는 병원 인근 도시인 광양의 진상동부교회(신창옥 목사)에 출석 중이다.
그가 묵상글을 쓰기 시작한 건 첫 자녀인 보인씨를 얻고부터다. 엄마에게 눈을 맞추는 갓난아기를 보며 느낀 기쁨도 잠시, 곧 두려움이 닥쳐왔다. ‘하나님이 내게 맡긴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워낼 수 있을까’란 염려였다. 특히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고민이 컸다. 최 원장은 “창세기는 하나님이 흙을 빚고 생기를 불어넣어 인간을 창조했다고 기록한다”며 “아빠인 나는 무엇으로 자녀에게 생기, 즉 영적 생명력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매일 저녁 기도와 묵상글”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의 두 딸이 어린 시절 아빠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큐티하는 모습. 최 원장 제공


자녀가 어릴 땐 주로 자기 전 기도를 해주는 방식으로 영적 생명력을 전했다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이를 묵상글 전달로 대신했다. 이 덕분에 그의 두 딸은 11세 때부터 매일 아침 아빠가 공들여 쓴 사랑 가득한 메시지를 문자 메시지로 받았다.


의사가 신학 공부한 이유






최 원장이 컴퓨터 앞에서 성경책을 읽으며 다음날 묵상글을 적고 있는 모습. 최 원장 제공


최 원장의 하루는 묵상글 쓰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취침 시간 한 시간 전부터 각종 주석과 설교문을 활용해 내일 묵상글에 사용할 본문 내용을 해석한다. 이튿날 1시간여의 출근길에선 머릿속으로 글의 얼개를 구성한다. 병원에 도착해 30분 내 글을 쓰고 이를 전송하면 완성이다. 그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17년간 매일 이런 식으로 묵상글을 썼다”며 “이렇게 해야 환자 보는 일이나 최신 의학 연구 등에도 차질이 없다”고 했다.
이런 묵상글의 존재가 주변에 알려지면서 공유해달라는 이들이 생겨났다. 적게는 10명부터 많게는 40여명까지 매일 묵상글을 배달했다. 최 원장은 “받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책임감도 점점 커졌다”며 “하루 치 묵상글을 전송하기 전 주변 신학자에게 목회자에게 먼저 보내 자문하곤 한다”고 했다. 이번 책도 정창균 전 합동신학대학원대 총장의 감수를 받았다.



최 원장이 딸들에게 매일 보내는 묵상글 이미지. 휴대전화 밑의 책은 평소 그가 사용하는 성경책이다. 최 원장 제공


그가 이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데는 ‘수신인에게 올바른 진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최 원장은 유년 시절 한 이단 종파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아픔이 있다. 그는 “요즘 ‘아이가 이단에 빠진 거 같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의사 동료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일례로 한 동료는 6개월쯤 전 자녀가 가져온 편지를 보여주며 이단 판별을 부탁했다. 편지 내용은 최근 논란이 된 한 이단의 논리와 대부분 일치했다.
“조심스레 뜻을 전하니 그분이 울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자녀에게 ‘좋은 분 같으니 잘 교제해 보라’고 말했다고요. 바른 가르침을 모르면 잘못된 걸 봐도 알 수 없습니다. 제가 교리와 신학 공부에 천착하는 이유입니다.”


삶이 고될 때 떠올린 아빠의 문자






최진석 경남 참사랑연합의원장의 딸 최보인씨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며 미소짓고 있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하나님을 알고 나 자신의 비참함을 알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아는 게 전부’라는 아빠의 철학은 자녀교육법에도 그대로 반영했다. 사교육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그 교육이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이 아니라 소요리문답과 대요리문답,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등의 교리 공부였다는 게 차이다. 자녀들 방학을 맞아 지인 가족과 떠난 여행에선 한 신학교 교수를 초청해 ‘교회사 세미나’도 열었다. “의대 가면 고생하니 의사만은 되지 말라”는 당부도 자주 했다. ‘초등 의대반’이 만들어지는 요즘 세태와 제대로 역행하는 교육법이다.
그런 아빠 이야기를 듣는 딸의 마음은 어땠을까. 보인씨는 “아빠는 단 한 번도 저와 동생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며 “너무 하지 말라니까 반발심에 공부를 스스로 더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그는 “우리 집 교육 철학에 처음부터 다 공감한 건 아니었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아빠의 진심을 점차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푸단대 재학 시절 최보인씨의 모습. 최 원장 제공


보인씨가 매일 아침 아버지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7000여개에 달한다. 그는 이를 모두 소중히 간직했다. ‘아버지 잔소리’처럼 여길지 모른다는 최 원장과 주변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스팸 메시지 처리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보인씨는 “문자 메시지로, 때론 이메일과 전화통화로 아빠가 전해온 메시지는 유학 생활의 피로와 불안을 덜어줬다”며 “아빠의 묵상글은 어려운 성경 말씀을 해설해주는 길잡이이자 제 인생의 자랑거리”라고 했다.
물론 부담스러웠던 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신기하게도 문제가 생기면 그와 관련된 메시지가 왔어요. 그럴 때 마음이 찔려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렇지만 문제가 생기면 아빠 문자가 생각나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젠 습관이 돼서 ‘묵상글 언제 오느냐’고 독촉하는 날도 있습니다. 하하!”


욕먹고 실패해도 기다리는 하나님


책에는 자녀교육법뿐 아니라 최 원장의 유년 시절과 회심기, 결혼 과정과 대인관계법 등 생애 전반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역시 세속적 성공이 아닌 ‘실패해도 받아주는 하나님’을 강조하기 위해 쓴 것이다. 그는 “딸과 그간 보낸 메시지를 정리하며 내린 결론이 있다. ‘어떻게 살아왔든 그래도 괜찮다’는 것”이라며 “‘탕자처럼 실패하고 망하고 욕먹어도 괜찮다. 하나님이 있으니까.’ 모두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하나님의 사랑이 있으니 담대히 인생길을 걷고, 오늘 하루도 잘 견뎌보자”는 조언이다.




최 원장이 어린 두 딸을 안아주며 미소짓는 모습. 첫째 딸 보인씨는 이를 ‘대롱대롱 사진’이라고 부르며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 제공


최 원장의 바람은 그의 메시지가 딸의 인생길을 문득문득 비추는 것이다. 그는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을 때마다 유년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이 나온다”며 “사후에도 내 메시지가 딸에게 따뜻한 감정을 일으키는 정서적 유산으로 남길 바란다”고 했다.
내년 결혼을 앞둔 보인씨는 부모님께 어떤 딸로 기억되길 원할까. 그는 “가장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아빠에게 업히거나 엄마와 깔깔대며 분리수거를 했던 사소한 기억이 대부분”이라며 “부모님께 늘 기쁨이 되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자녀가 생기면 아버지처럼 할 수 있겠느냐고도 물었다. “그러고 싶어요. 동생과 매번 말하는 게 ‘부모님이 해준 것의 반만큼이라도 자녀에게 해주자’는 것이거든요. 계속 노력하면 그래도 조금은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딸 출생 직후 아버지가 품은 염려, ‘하나님이 보낸 자녀를 잘 키워 신앙의 대를 잇는다’는 숙제는 이미 달성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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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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