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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 위반’ 직접생산 공정에 근로자 파견 지적
안전·소방교육 없고 비상구 접근 어려웠던 점도
사고 이전에도 4건의 화재… 폭발 예상했어야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폭발 사고로 2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회사 대표와 임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박순관 대표는 징역 15년,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징역 15년에 벌금 100만원을, 법인 아리셀은 벌금 8억원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지난 23일 2시간에 걸쳐 판결문을 낭독하며 이번 사고는 “언제 터져도 이상 경춘선복전철 할 것이 없었던 예고된 인재”라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의 이면에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방치해 온 우리 산업 구조의 현실과 일용직·파견직 등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의 실태가 드리워져 있다고 강조했다.





“파견근로자 월세전환 사망, 더욱 엄중히 봤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를 설명하면서 ‘파견법 위반’을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짚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직접 생산 공정에 대한 ‘근로자’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리셀은 한신다이아에서 227명, 메이셀에서 93명을 공급받아, 리튬 1차전지의 조립· 보금자리론거치기간 포장·검사 등 직접 생산 공정에 투입한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피고인들은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져 직접 고용이 어렵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제조업 전반이 흔히 내세우는 원론적인 설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아리셀이 다수의 파견 근로자를 둔 건 군납 전지 품질 문제로 시정 요청이 들어 한양대 대학원 오면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급격히 늘렸기 때문”이라며 “이는 사회 구조적인 원인이 아닌, 피고인 스스로가 야기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 폭발 사고로 23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박순관 제일은행저축은행 대표의 1심 선고가 내려진 23일 수원지법에서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5.9.23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또한 “파견법이 직접 생산공정에 파견을 금지하는 이유는 제조업 특성상 공정 기술 습득이 필요하고 설비도 많은데, 숙련되지 않은 파견 인력이 투입되면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고 설명했다. 잦은 인력 교체로 인해 소방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언어 문제 등으로 안전·소방 교육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파견근로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보안구역에 비상구 통로가 존재했던 점이 피해자들이 사망한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봤다.
아울러 “파견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가 실현됐기 때문에, 파견근로자의 사망을 더 엄중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손익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재판부는 화재의 원인이 된 불량 전지 생산과 불이 났음에도 대피로를 몰라 빠르게 대피하지 못한 점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원인으로 봤다”며 “이처럼 이익은 챙기면서도 교육은 소홀히 한 파견법 위반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인재였다”


재판부는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 판단을 위해, 전지의 폭발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먼저 따졌다. 아리셀에서는 사고 이전에도 총 4차례의 유사 화재 및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부터 화재의 원인과 예견가능성은 이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다툼이었다. 앞서 아리셀에서는 4차례의 사고가 있었다. ▲2021년 11월 12일 전압 검사 중 전지 단락으로 인한 폭발 ▲2021년 12월 6일 전지 운반 중 낙하로 인한 단락 및 폭발 ▲2022년 3월 29일 폐전지 보관실 내부 열로 인한 화재 ▲2024년 6월 22일, 2동 1층 드라이룸에서 전해액 주입을 마친 전지가 뜨거워진 뒤 폭발 등이다.
피고인 측은 “이번 참사는 전해액 주입 후 2일이 지난 완제품이 지연 폭발한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예견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전 해당 전지가 전소되어 정확한 원인 특정은 어려운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이전 사고 사례들 및 최신 기술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생산업체라는 점에서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고 봤다.



아리셀 참사 100일은 맞아 찾은 지난해 10월 1일 아리셀 공장 화재현장 모습. /경인일보DB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4차례의 화재가 모두 양상이 달라 예견 어려웠다고 주장했지만, 별개 원인이라고 해도 차후에도 다른 원인으로 전지 폭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리튬 1차전지 생산업체는 소수고 일차전지에 대한 최신 정보는 생산업체가 인식해야 하므로 전해액 주입과 내부 단락으로 인한 지연폭발을 예상하고 이에 대처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전 4차례의 화재는 원인이 각각 달랐지만, 이는 오히려 ‘다양한 원인에 의해 언제든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 사건 화재는 (참사 전 마지막으로 발생한 화재에서)폭발한 전지와 동일하다는 것도 예견 가능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주의의무를 요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확보 위해 중형 필요”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중처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처법의 취지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을 방치한 대표이사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라며 “다수의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조차 경한 형이 선고되면 중처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4일 아리셀대책위·가족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중처법 시행 이후 검찰과 법원 모두 처벌에 소극적으로 최대 형량이 2년에 불과하며 75%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며 “참사를 막으려면 솜방망이 처벌 관행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이번 판결을 통해 실질적 경영책임자 범위와 안전관리 의무의 기준을 정립하고 다시는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중대재해에 대한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