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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영남(52)은 어떤 엄마 역을 맡아도 어울린다. 도도한 변호사 엄마도, 억척스러운 급식 조리사 엄마도 너끈히 소화해낸다. 최근엔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혼자서 딸 둘을 키우느라 피로에 찌든 엄마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머리띠로 대충 넘긴 부스스한 머리, 후줄근한 옷,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툭툭 뱉는 말투까지…. 현실적인 연기에 “우리 엄마 같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번엔 누군가의 뒷바라지를 하는 조연이 아닌, 누군가의 연인으로 살아가 농림어업인 는 엄마로 주연을 맡았다. 지난 10일 개봉해 상영 중인 영화 ‘비밀일 수밖에’에서 성소수자 엄마를 연기한 장영남은 “만약 우리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 특별하다면,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대본을 읽고 그런 상상을 하게 됐고 캐릭터가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중고차시세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영화는 캐나다에서 유학하던 아들이 갑작스러운 결혼 선언과 함께 여자 친구를 데려오며 시작된다. 곧이어 여자 친구의 부모님까지 춘천에 들이닥치고, 정하의 집에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두 가족이 한집에서 지지고 볶으며 저마다 감 새마을금고 제1금융 추고 있던 비밀이 한 겹 한 겹 벗겨진다.
영화 ‘기생충’의 각색을 맡았던 김대환 감독이 연출했다. 가장 가깝지만, 때론 낯선 존재인 가족에 대한 고찰을 명랑하게 풀어냈다. 친구에겐 툭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일도 정작 가족에겐 쉽사리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장영남은 “부모라면 자식이 어떤 이유로든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 웰컴론 않나. 그래서 오히려 가족한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극단 ‘목화’ 출신인 그는 한때 ‘대학로의 이영애’로 불리며 연극계를 휩쓸었다. 영화·드라마에서 카드한도조회 는 30대 미혼 시절부터 엄마 역을 맡기 시작했다. “여긴 엄마 역할밖에 없나 싶을 정도였죠. 주변에선 ‘엄마 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말렸지만, 저는 엄마 역이 싫지 않았고 빨리 받아들였어요.” ‘국제시장’ 덕수(황정민) 엄마부터 차태현·박보영·임시완 등 수많은 주인공의 엄마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딸 다섯을 키우며 평생 일만 하던 친정 엄마가 영감의 원천이었다. “‘헐크’라고 부를 만큼 무서운 엄마라, 자라면서 눈치를 많이 봤거든요. ‘미지의 서울’ 옥희는 자식한테 잘못한 게 있어도 미안하다고 못하고, 표현이 서툰 우리 엄마를 떠올리며 연기했죠.”
본인은 “여느 엄마보다 서툰 초보 엄마”라고 했다. 41세에 첫아들을 얻은 늦깎이 엄마. 2013년 ‘국제시장’ 촬영 당시 임신 4개월에 피란 장면을 찍으면서 아이를 업고 뛰고, 바닷물까지 들어갔다. “당시에 드라마도 찍고 있어서, 서울에서 자정쯤 차를 타고 출발하면 부산에 늘 새벽 5~6시에 도착했어요. 아이가 태어났는데 다크서클이 있길래, ‘나 때문에 너도 잠을 못 잤구나’ 싶어 미안했죠.”
최근엔 성소수자 엄마, 마약 파는 엄마(‘은수 좋은 날’), 연쇄 살인범 엄마(‘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등 영화·드라마 속 엄마 캐릭터도 다채롭게 변주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느끼냐 묻자 장영남은 오히려 “시대가 달라져도 엄마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중심엔 늘 엄마가 있더라고요. 그 어마어마한 역할을 내가 잘 표현하고 있나 늘 고민해요.”